기분이 나쁘다.

아침부터 기분이 나쁘다. 아침에 출근할 때 잠이 안깨서 짜증은 좀 났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었는데. 기분이 나쁜 건, 아무래도 출근해서 업무를 시작하면서부터, 인 것 같다. 토요일에 남들 다 쉬는데 나와 일하느라 기분 나쁘냐고? 뭐 그건 좀 짜증스러움의 일부분일 뿐이다. 하루이틀 된 일도 아니고 토요일에 일하는 사람도 있어야 다른 사람이 편하게 지내지 않겠나, 라는 생각으로 애써 누르고 있는 생각이니까 새삼스레 나를 괴롭힐 이유도 없다. 아, 그냥 빙빙 돌려 말하지 말자. 내가 기분이 나쁜 건 바로, 업무 시작과 함께 밀려든 환.자.때문이라는 것을.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환자때문에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고, 나도 왠만한 일은 그냥 참고 넘기는 편이지만 오늘 아침은 어찌나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여러 사람들이 막말을 하고 들볶는지 정말 몸이 하나가 아니라 둘 쯤 되었으면... 아니 그냥 다 팽개치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질 정도이다. 늦게 와놓고 "나 좀 일찍 들어가게 해줘, 단골인데."라고 말하는 아줌마, "다른 병원에 예약해서 10분 밖에 여기서 못 있으니까 올려줘요."라는 애 엄마, 호칭 다 놔두고 "아가씨, 아가씨."하고 불러대는 아저씨들, 잠깐 일이 있어 자리를 비울라치면 쉴 새 없이 불러대고, "오늘 진료 4시까지라구요? 나 4시까지 못 가는데. 20분만 기다려요."라고 전화로 당당하게 요구하고, "나 거기 단골인데 내 처방전 출력해서 약국에 좀 맡겨놔줘요."라는 할머니들, "우리 애 밖에 못 나가게 좀 봐줘요."하고 자기들끼리 수다떠는 애 엄마들... 어휴, 한도끝도 없다 이 사람들. 환자들이 요구하는 거 다 들어주자면 정말 끝도 없고 얼토당토않은 요구들도 넘쳐나 정말... 정말 지친다. 아직 오전도 끝나지 않았는데 이거 완전... 내 돈내고 진료받으니까 이 정도 서비스는 당연히 받아야겠다, 그거지? 병원 직원들이 시중들어주는 사람들로 보이지?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거지? 내 인내심 테스트하는 거지?

나도 물론, 아파서 병원 온 사람들에게 "기다리기 지루하시죠. 환자가 많아 그렇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친절하게 응대하고, 가능한한 환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려 노력한다. 하지만 정말... 정말... 이렇게 막무가내인 환자들을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직원이기 전에 한 사람의 인간이라 그렇다. 환자들이 터무니없는 컴플레인을 걸어도 그냥 무조건 죄송하다고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병원 직원, 화도 못 내고 그냥 다 받아줘야 하는 직원... 그러면서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 하냐면, "4시까지 못 가요. 애가 많이 아픈데... 20분만 기다려요."하는 사람들에게는 속으로 "덜 아프구만. 진짜 아프면 빨리빨리 와야 할 거 아냐."라고 투덜거리고 나쁘다, 못됐다, 힘들다, 짜증나아아아아악... 왜 니가 뭔데 내 퇴근 시간을 잡아먹니? 싸우자! 이런 식으로 흐르는 거다. 서로 그냥, 조금만 조심하면 될텐데 왜 이렇게 나를 화나게 해서 자기들이 받아야 할 서비스도 제대로 해주고 싶지 않게 만들지? 이러니까 우리들끼리 "환자들한테 잘 해 줄 필요 없다."라고 탄식하는 것이다...

조금만 조심하자. 그리고 나도 조금만 더 신경쓰자. 어쨌든... 일하는 중이지 않은가.    

by 에나 | 2008/10/11 11:57 | 인생은self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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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셀키네스 at 2008/10/11 12:10
역시 서비스업종은 정말 피곤합니다...
힘내세요 ;ㅁ;
Commented by 에나 at 2008/10/11 14:05
아직도 두시간 남았... T-T
주 5일제 시행 이후, 토요일은 유난히 더 힘들어요. 흑, 힘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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