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10일
직업적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난리를 치는 사람과 만났던 경험.
의사한테 사과 받고 싶었던 경험. - by.아트걸님.
읽다보니 나도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트랙백. 의사에게서 사과받고 싶었던 경험이 나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면... 06년도 1월즈음이었다. 06년이 시작된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1월 초순의 일. 글을 쓰다보니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슬슬 열이 받는 부작용이 생긴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일은, 너무 화가 나고 억울했다.
나도 잘못한 것은 있다고 인정은 하는데... 그래도 그런 일을 겪을정도로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른쪽 어깨랑, 목까지 근육통인지 너무 아프다고 간호사들과의 이야기 중에 말하자, 너도나도 여기아프고 저기아프다고 말을 해서, 결국은 퇴근하고 근처 한의원에 단체로 가기로 했다. 퇴근하고 기분좋게 셋이서 한의원에 올라갔다. 접수를 하고... 내가 제일 먼저 원장과 면담을 하게 됐다. 한의원 원장은 40대의 아줌마. 어디가 아파서 왔냐고 물었다.
"어깨랑, 목까지 땡기고 아파서 부황이라도 떴음 하는데요..."
그렇게 말을 하자, 원장 갑자기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러더니 물었다.
"어디 다른 한의원 가서 그렇게 얘기하면 그것만 해줘요?"
"네?"
"아니, 한의원 오자마자 이렇게 저렇게 치료해달라고 그것만 딱 말하면 그것만 해주냐고."
황당황당- 내가 제일 싫어하는 반말모드 나왔다.
"무슨 말씀이세요?"
"오자마자, 부황만 해주세요 하면 부황만 해줘야 해? 의사 의견은 묻지도 않고 부황만 해달라고 하면, 왜 여길 왔지? 어디 길거리 침쟁이한테나 갈 일이지... 그래 침은 안맞고 부황만 뜬다고?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요 근처 병원에서 일하는데요."
"그럼, 거기 원장님한테도 환자가 와서 '여기 아프니까 여기만 약 발라주세요'이렇게 말하나?"
이쯤되자, 왜 화가 났는지는 알겠는데... 꼭 그렇게 말을 해야 하나? 반말 찍찍하는 모드로?
나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제가 말을 그렇게 잘못한 겁니까?"
"잘못했지, 그럼. 와서 증세를 말하면 의사가 이렇게 저렇게 치료를 할텐데 부황만 떠달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겠어?"
"오기 바로 전에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다가 어깨 아프다고 하니까 다들 그러더라구요. '한의원가서 부황 떠달라고 해'라고.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말이 그렇게 나온것 같은데요."
"나 이런 기분으로 치료 못하겠는데. (차트를 확 덮는다) 어떡할래? 나 치료 못하겠는데 안받을래, 아니면 내가 말하는 대로 치료 받을래?"
진짜, 성질같아서는 확 일어서서 차트 뺏어서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어디 모르는데에 온 것도 아니고 바로 맞은편 한의원에 온데다가, 어디 병원에서 일한다고 얘기를 한 상황이라 나갈수도 없고 어떻게 버릇없이 굴수도 없었다. 아, 젠장. 진짜, 정말!!! 열받아서 부글부글 끓었다. 약 5초동안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별별 생각이 다 스쳐지나갔다. 그냥 나가? 아님 미안하다고 해? 제길!!! 그러다 결론은, 바로 코앞이고, 언제 마주칠지 모르고, 혹시라도 우리 원장님한테 얘기하면 어떻게 해, 아님 싸모한테라도 얘기하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말실수 했습니다. 사과 드릴게요."
죽어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은 하기 싫었다. 그러자 그 여자, 기분 좀 풀린듯 차트를 다시 펴고 손목의 맥을 짚었다. 그여자가 내 손목 잡고 있는 것도 미친듯이 싫었지만 어쩌겠는가. 그 여자한테 굴복한게 아니라, 우리 원장님과 싸모가 걸려서 그렇게 말한거다. 그리고... 치료를 받았고, 치료받고 나와서 나갈때는 "안녕히가세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한다. 젠장, 제기랄. 열받아서 다시는 이 한의원 안온다, 라고 생각하며 인사도 안받고 나왔다. 열받은 상태에서 치료를 하니, 치료 받은 것 같지도 않고 어깨는 여전히 아팠다.
내가- 말실수한건 인정한다. 그냥 "어깨가 아파서요."라든가, "어깨가 아파서 치료받고 싶어서요." 라고 말했다면, 그냥 군소리없이, 내 기분 상하지 않고 치료 받았겠지. 그렇지만, 그 전에 아래층에서 간호사들이랑 "침맞을거야?" "글쎄." "침안맞고 부황만 떠도 돼." "그래? 그럼 그럴까?" 등등의 대화를 하고 왔기 때문에 말이 그렇게 나온거다. 그야말로, 무의식중에. 그 말 한마디, 실수한 건 인정하는데... 그거갖고 사람을 이렇게 모독하고 무시하고 패대기를 쳐도 되는건가? 거기다 그 반말짓거리라니!!! 나를 얼마나 얕잡아봤으면 그 여자, 대뜸 반발을 하는가? 정말, 인격이 의심된다. 나는 환자이고, 의료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나 기분 나쁘면 그냥 나갈수도 있었다. 뒷일 생각 안했으면 그냥 나갔을거다. 그런데... 그놈의 '같은 건물'이라는 게 너무 걸려서 못나갔다. 젠장...! 정말 너무 화가나서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정말 뒷일 감당이 안돼서 그냥 치료 받았다. 아마 그 여자는 내가 자기한테 굴복했다고 생각하겠지. 그거 절대 아니거든? 정말 나도 치료받기 싫었어. 차트 확 찢고 나가고 싶었는데 일단은 내가 말실수도 한거고(그게 그렇게 잘못한 말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실수는 실수이지만, 그렇게 패대기질당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아마 그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같은 의료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니까 참은거다.
다시는 안갔다.
한동안은 그 한의원, 그 건물 쳐다보지도 않았다.
비싼값주고, 아주 좋은 거 배웠다. 그 후로 나는 절대로 어디 병원이든 어디든, 가서 절대로 말조심한다. 언제 또 자기의 직업적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난리를 치는 사람을 만날지 모르니까. 음, 막상 글을 쓰고보니 트랙백 글과는 별로 상관없는 글이 되어버린 듯;
# by | 2009/02/10 22:28 | 상념의 문서화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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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렇게 치료받으러 온 사람에게 그.딴.식으로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는지...
게다가 반말.. 저도 정말 싫어요. 내돈내고 치료받으러 와서 왜 그런 대접을...
원래 한의원에 침맞고 부황뜨고 그러려고 가는건데, 그게 그렇게 의사 의견에
맞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진찰해보고 "~~ 이런 상황이면 부황보다는 ~~가 나을것
같은데 이렇게 해보시죠.. " 이렇게 좋게 말할수도 있는 거였을텐데 말이죠.
정말 그 한의사... 만약에 에나님과 같은 말을 덩치크고 건장한 중년 남자가
했다면, 같은 반응을 했을지.. 그것도 궁금하네요. >ㅆ<=3 =3
제일 화났던 것은 역시 반말이었어요. 왜 반말을 하는지... 정말 제가 어느 병원에서 일한다, 라고 소속을 밝히지만 않았어도 뒤엎고 나올수 있었는데... 한으로 남네요. -_ㅠ
정말 희한한 사람들 많은 건 알겠는데...그런 말을 반말로 했다는 게 가장 화나는 일이군요.
저는 그런 경우 가만 못 있어요. 에나님 너무 착하신 듯..ㅜㅜ
저 같으면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지금 초면인 저한테 반말하시는 것도 이치에 맞는다는 생각은 안 드네요. 말 실수한 건 사과드립니다."라고 정중한 척 말하고 일어났을 것 같아요.
나중에 원장님한테 말하든 말든, 말실수보다는 성인한테 반말한 게 더 몰상식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ㅜㅜ
제가 제일 속이 뒤집어졌던 것도 반말을 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제가 착해서 그런게 절대 아니라... 제가 어디서 일하는 사람인지 밝혔기때문에 막하지 못한 것도 있어요. 에구... 지금같으면 아트걸님 말씀처럼 정중하지만 딱부러지게 한마디 했을 것 같은데 그때만해도 사회 초년생이라... --;;;; 한마디 쏘아붙이지 못한게 두고두고 한으로 남을 것 같아요. 사실, 이렇게 길게 글 쓸 생각도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너무 자세히썼네요. 흑;
이건 말실수의 차원이 아니라 그 한의사가 개념이 덜 박힌 거네요.
일단 반말 비스무리 모드부터가 정신줄 놓은 행동이고;
'환자'라는 건 쉽게 말해 '이익을 창출하는 고객'이란 뜻인데
치료해서 돈 버는 장사치가 고객한테
'어떡할 거임? 치료 받을래 말래?'라는 것도 거의 미친 짓이죠;;
게다가 뜨내기도 아니고 '이웃'이란 걸 밝혔음에도 저딴 식의 대처를 한 걸로 보아
그 사람 자체의 인성이 원래 좀 병맛인 걸로 사료됩니다.
생각해보세요.. 이건 에나님이 원장님, 싸모님 입장봐서 난처해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그쪽이 이웃으로서 경우없는(이른바 싸가지 없는) 짓을 한 겁니다.
그렇잖아요? 나이가 어리든 이웃이 되었든 뭐가 어찌됐든 에나님이
돈을 지불하는 고객의 위치에 있었는데 그에 걸맞는 대접을 못받은 거라구요.
왜 돈까지 써가며 저런 꼴을 당해야 하는 겁니까~
아오~ 글만 읽어도 화가 치솟네요 !!
저 같았으면 병원에서 짤리는 일이 있어도 저런년 가만 안 놔둡니다ㅎㅎ
(그리고 저런 일이 있다고 직장에서 뭔가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또 문제가 있는 거죠.. 제가 에나님 병원의 원장님이라면
대신 가서 따질 거 같아요.. 왜 우리 직원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냐고)
그리고... 이건 여담입니다만-_-; 그로부터 몇달 뒤, 저 한의사는 사무장과 바람이 나서 병원문을 닫았다가 최근에 재오픈을 했더랬죠;